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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퇴소 후 10명 중 4명이 집으로 복귀
가장 큰 이유는 ‘자녀양육’
‘광주여성의전화 20년’ 분석
폭력 반복에 3명 중 1명은 쉼터 재입소

가정폭력으로 쉼터를 찾은 피해자 10명 중 4명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여자라서, 엄마라서, 아내라서, 며느리라서 너무 희생만을 고집하지 않아야 한다. 결혼 이후 내 모든 꿈들은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산산이 부서져 갔다. 나는 살고 싶다. 살아야 한다. 그래서 이혼할 것이다.”

 

가정폭력 피해자 릴리씨(가명)는 여성 폭력 생존자들의 수기 ‘허-스토리’에 이렇게 썼다. 그는 첫아이를 출산한 직후 남편의 폭력을 피해 광주여성의전화 부설 쉼터를 찾았다. 집으로 돌아간 그는 몇 년 뒤 또다시 쉼터에 입소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되찾기로 결심했다.

 

릴리씨의 사례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서 흔한 상황이다. 쉼터를 찾은 피해자 10명 중 4명은 퇴소하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쉼터에 온 피해자 3명 중 1명은 이전에도 쉼터 이용 경험이 있었다.

 

16일 ‘광주여성의전화 쉼터 20년 성과와 과제’ 발제문을 보면 2000년 11월17일 문을 연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바램’을 이용한 피해자는 728명으로 집계됐다.

 

2004년부터 지난 6월까지 피해자들이 쉼터를 나갈 때 상황을 조사한 결과 이 기간 퇴소한 600명 중 257명(42.8%)이 가해자인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아는 사람 집’으로 간 사람은 134명(22.2%)이었고 독립한 피해자는 97명(16.2%)에 불과했다.

 

남편과 다시 결혼관계를 지속하는 경우도 46.4%(278명)나 됐다. 이혼(8.0%)했거나 이혼 소송 중(14.5%)인 피해자는 22.5%에 그쳤다. 2014년부터 바램에 입소한 159명을 대상으로 쉼터 입소 경험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54명(34%)이 ‘기존에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김인숙 바램 소장은 “쉼터를 찾았던 여성의 상당수는 자녀양육과 이혼에 대한 사회적 시선 등을 의식해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만, 반복되는 폭력으로 3명 중 1명은 또다시 쉼터에 입소한다”고 설명했다.

 

가해자의 최초 폭력 시기는 ‘결혼 후 1년 이내’가 절반(49.1%)을 차지했다. ‘가해자가 흉기를 사용해 때린 적이 있다’는 응답도 47.8%에 달했다. 김 소장은 “피해자들의 사회복귀와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폭력에 노출되지 않는 안전한 보호시설이 필요하다”면서 “스스로 삶을 책임질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경제적 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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