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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보육원, 건축 40년 안팎 된 5개동 건물에 56명 거주

제주시 내도동 제주보육원(위 사진). 보육원은 태풍·집중호우로 하천이 범람할 때 담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곳곳에 지지대가 설치돼 있고(가운데), 외벽 곳곳이 균열이 생겨 갈라져 있다.

 

건물 곳곳 균열, 땜질 보수만
겨울엔 틈새로 찬바람 ‘솔솔’

태풍 땐 인근 하천 범람으로
건물 1층 물에 잠겨 대피 소동

수년째 시·정부에 개축 건의
예산 반영 안 돼 ‘열악한 생활’

 

“건물이 워낙 오래된 탓에 균열이 많이 가서 방수작업을 해도 얼마 안 가 천장과 벽으로 또 비가 샙니다. 태풍이 올 때면 하천이 범람할까 봐 모두 2층으로 대피시킵니다.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해요.” 56명의 아이를 돌보고 있는 강지영 제주보육원장의 말이다.

 

지난 11일 찾은 제주시 내도동 제주보육원. 1918㎡ 부지에 숙소와 식당, 관리사무실로 사용하는 2층 규모의 건물 5개동이 있었다. 한눈에 봐도 낡은 건물들이다. 관리사무실과 남자 초등부 아이들이 머무는 A동은 1973년에, 나머지 건물도 1984~1988년에 건축됐다. 건물 외벽 곳곳은 거북등무늬처럼 갈라져 터졌다. 이를 보수하려 애쓴 흔적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균열은 누수로 이어지고 있다. 비가 오면 아이들이 생활하는 방의 천장과 벽을 타고 물이 샌다. 벽지에는 곰팡이가 피기 일쑤다. 여자 중·고등부와 남자 초등부 아이들이 생활하는 C동은 1층 천장에서 물이 떨어질 정도로 비가 새는데 원인을 찾지 못해 누수 지점에 고무호스를 연결해 밖으로 빼놓았다. 남자 고등부 아이들이 사용하는 D동은 외벽 한 면을 모두 방수액으로 칠했다. 아이들 독서실과 강당으로 쓰는 B동에도 비가 새 방수작업을 해야 한다. 이 같은 균열과 누수는 보육원 건물 대부분에서 발생하고 있고, ‘땜질 처방’도 반복되고 있다. 겨울에는 전기 콘센트를 통해 찬 바람이 솔솔 들어오기도 한다. 강 원장은 “난방을 해도 방바닥만 따뜻할 뿐 아이들이 자는 방의 공기는 외풍 때문에 차갑다”고 말했다.

 

보육원과 맞닿아 있는 하천인 월대천의 범람도 걱정거리 중 하나다. 2007년 태풍 ‘나리’가 제주를 강타했을 당시 월대천의 범람으로 보육원 건물 1층은 170㎝가 넘는 성인 가슴 높이까지 잠겼다. 올해 9월 태풍 ‘마이삭’이 내습했을 때도 월대천은 범람 직전까지 수위가 올라갔다. 아이들은 늦은 밤 공포에 떨며 비상식량, 식수를 챙기고 모두 2층으로 대피해야 했다. 강 원장은 “원래는 12명 정도가 지내는 2층 공간에 30여명이 부대끼며 밤을 지새웠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불편했겠느냐”며 “인명피해가 있으면 안 되는 만큼 태풍이 오거나 집중호우가 쏟아질 때면 반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보육원은 담이 와르르 무너져 하천 물이 한번에 마당으로 밀려드는 것을 늦추기 위해 임시방편이나마 시멘트로 지지대를 만들어 담 곳곳에 설치하기도 했다.

 

제주보육원은 수년째 제주시에 건물 개축을 건의해왔으나 내년에도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힘들게 됐다. 올해 국비 15억원, 지방비 15억원, 법인 자부담 12억원 등 42억원을 들여 신축하는 사업계획서를 마련했으나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보육원처럼 집단화된 시설을 지양하고 가정환경과 같은 소규모 시설에서 보육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는 상황이라 보육원 개축 논의 과정이 길었고 코로나19 등 다양한 상황이 겹치면서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계속해서 정부를 상대로 국비 확보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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