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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서 ‘민주주의 위기’ 탄식

트럼프 “선거 조작” 긴급 회견

“대법원서 결판” 대대적 소송전

미 사상 초유 불복 점점 현실화

현직 대통령이 분열에 기름 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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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자가 5일(현지시각)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개표소 앞에서 시위 도중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디트로이트/AP 연합뉴스

미국 대선의 ‘승자 없는 밤’이 사흘째 이어진 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불복 의사를 내비치며 대대적 소송으로 투쟁할 뜻을 명확히 했다. 초접전으로 개표가 지연되는 가운데 현직 대통령이 나서서 분열을 극대화하면서 장기적 혼란을 예고한 셈이다.

지난 4일 일방적 승리를 선언한 데 이어, 또다시 불복을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전세계에 생중계한 것이라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대통령이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대법원까지 가겠다고 하는 가능하지 않을 것만 같던 일이 일어났다며 “지난밤 패자는 미국이었다”고 한탄했다. 이번 대선을 통해 더 극명하게 드러난 극심한 분열·대립 양상을 볼 때, 누가 최종 승자가 되더라도 이전처럼 ‘하나된 미국’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로스코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데일리 비스트>에 ‘선과 악을 가르는 투표, 미국이 위기에 처했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것은 현직 미국 대통령에 의한 쿠데타 시도나 다름없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가 조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합법적인 표를 집계하면 내가 쉽게 이긴다. 불법적 표를 계산하면 그들은 선거를 훔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일 이후에 접수된 우편투표는 개표해선 안 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고, 일부 개표 현장에서 공화당 참관인이 참관을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수많은 증거가 있기 때문에 많은 소송이 벌어질 것”이라며 “최고 법원에서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 후보와 자신이 각자의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판사들이 결정해야 할 거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소송을 벌여 결국 연방대법원에서 대선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 첫날에도 이런 뜻을 밝혔지만, 이날 회견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가운데 긴급히 연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전날 핵심 경합주인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우편투표 개표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을 역전하며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수(270명)에 성큼 다가섰다. 이어 나머지 경쟁주인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바짝 따라붙거나 기존 우위 격차를 더 벌렸다. 6일 오전 5시 현재 조지아에서는 917표 차로 트럼프 대통령을 앞질렀고, 펜실베이니아에서는 0.3%포인트 차로 추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패색이 짙어지자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승복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도 “바이든이 (승리를) 주장한 모든 주에서 투표 사기와 주 선거 사기에 대해 법적 도전을 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불복 투쟁에 들어갈 경우, 미국은 전에 없던 역사를 쓰게 된다. 2000년 대선 때 플로리다 재검표로 한달 동안 혼란이 지속된 적 있지만, 이번에는 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요체인 선거 전반을 부정하며 무더기 소송전을 주도하고 나섰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 부정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우편투표를 사기라고 주장하면서, 선거 패배 시 법원으로 끌고 갈 뜻을 밝혀왔다. 그는 특히 사법부 최고 기관인 연방대법원을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 활용할 뜻을 숨기지 않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민주당의 반대에도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서둘러 연방대법관에 임명할 때, 우편투표를 “거짓”이라고 말하면서 “(공석 없이) 대법관 9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불복 소송을 염두에 두고 보수 대법관을 보강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공화당 안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합법적인 투표를 개표하는 데 며칠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직 대통령이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근거 없는 ‘선거 불복’을 선언할 수 있는 건, 트럼프 재임 기간 미국 민주주의의 퇴보와 관련이 깊다. 트럼프 대통령 시기, 그 어느 때보다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비판이 높았지만 민심은 압도적 표차로 트럼프를 몰아내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경제 악화 상황,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거셌지만 핵심 경합주 등을 비롯해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였다.

민주당은 연방 상·하원 의원 선거에서도 기대했던 ‘푸른(민주당 상징색) 물결’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상원 탈환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고, 하원은 오히려 의석이 줄어들게 되는 상황이다. 생환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트럼프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존 코닌 상원의원 등도 모두 선거에서 승리했다. 리더십 전문가 도브 시드먼은 이번 선거에서 “‘더이상은 안 된다’는 미국인의 수가 충분치 않다는 것은 이미 확실하다”며 “민주당 바람도 없었지만, 더 중요한 건 (잘못된 걸 바로잡자는) 도덕적 바람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며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보다는 지지층만 바라보고 가는 정치를 한 트럼프의 편가르기 전략이 먹힌 것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 분석을 통해 지도자 유형을 분류한 책 <인디스펜서블>의 저자 가우탐 무쿤다는 “트럼프주의가 전략적으로 독특한 것은, 결코 미국인 다수의 지지를 구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를 옹호했던 그레이엄 등의 당선이 의미하는 건, 앞으로 이런 트럼프주의가 공화당의 미래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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