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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은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穀雨)’입니다. 24절기 가운데서는 6번째 절기에 해당하는 곡우는 흔히 봄비가 내리는 날로 알려져 있죠. 실제로 과거 선조들은 곡우에 비가 내리기를 손꼽아 기다렸다고 하는데요. 곡우에 내리는 비가 대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간절히 바랐을까요? 오늘은 곡우에 내리는 봄비의 의미와 함께 관련된 풍습을 알아볼까 합니다. 우리 절기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오산시와 함께 알아보아요!


봄비 내리는 날 곡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6번째 절기 곡우는 ‘봄비가 내리는 날’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 무렵에는 비가 내리는 일이 잦았는데요. 본격적인 농사철의 시작을 앞두고 내리는 봄비는 볍씨들이 잘 자라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곡우에 비가 내리면 농사가 잘 된다’고 믿었습니다. '곡식 곡(穀)' 자와 '비 우(雨)'자가 합쳐져 탄생한 절기 곡우는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곡우의 의미를 잘 표현한 속담으로는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가 있고요. 반대의 경우를 표현한 속담으로는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봄에 비가 자주 오면 풍년이 들어 며느리나 시어머니의 인심이 좋아진다는 뜻에서 ‘봄비가 잦으면 가을에 마누라 손이 커진다’, ‘봄비가 잦으면 시어머니 손이 커진다’라는 속담이 생겨나기도 했어요.


농사의 시작 곡우

 

농가에서는 청명이 지나면 가래질과 써레질로 농사지을 땅을 준비하고, 곡우가 되면 못자리판을 만들고, 볍씨를 담그며 본격적인 논농사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볍씨 담그기는 못자리에 뿌릴 볍씨를 물이나 소금물에 담가 협잡물이나 병해충을 제거하는 일이고요. 못자리판 만들기는 모내기에 앞서 모판에 볍씨를 미리 틔워두는 것을 말합니다. 못자리에 뿌린 볍씨가 일정 기간 자라 모가 되어야만 본격적인 모심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진정한 농사의 시작이라고 불린답니다.

곡우에 못자리를 내기 좋은 이유 첫 번째는 바로 벼의 품종 때문입니다. 과거 주로 재배하던 재래종 벼는 신품종보다 약 20일 정도 늦게 못자리를 해야 했는데, 시기적으로 곡우가 못자리를 만들기에 가장 적절한 때로 여겨졌습니다. 또 대체로 볍씨는 물길이 좋은 땅에 뿌리를 잘 내리는 특성이 있는데요. 곡우 무렵 내리는 봄비는 벼농사가 잘 되게 하는 밑천이 되곤 했습니다.


찻잎을 수확하기 좋은 때 곡우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곡우는 ‘찻잎을 따기 적당한 때’이기도 합니다. 청명은 찻잎을 따기에 너무 이르고,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는 너무 늦기 때문에 두 절기 사이에 있는 곡우가 찻잎을 따기에 안성맞춤인 시기입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설차(雀舌茶)’ 역시 이맘때 채취하는데요. 작설차는 곡우에서 입하 사이에 갓 눈이 튼 차 나무의 어린잎으로 만든 녹차를 말합니다. 잎 모양이 참새의 혓바닥과 닮았다고 하여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어요. 한편 곡우 전후로 딴 차를 ‘우전차(雨前茶)’와 ‘우후차(雨後茶)’로 나누어 부르기도 합니다. 여기서 우전이란 비가 내리기 전이라는 뜻으로 양력 4월 20일 경을 말합니다.


조기 & 나물을 먹는 곡우

 

곡우와 관련된 풍습 중에는 ‘무엇을 먹는지?’ 즉, 음식도 빼놓을 수 없죠. 곡우에 먹는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조기와 나물이 있습니다. 특히 곡우 무렵에 먹는 조기는 ‘곡우사리’라고 부를 정도로 유명한데요. 전남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들이 곡우 때가 되면 북상하여 충남의 격렬비열도까지 올라오는데, 이때 잡힌 조기(곡우사리)들이 살은 적지만 연하고 맛이 좋아 조기 중에서도 으뜸으로 여깁니다.

한편 곡우가 지나면 계절적으로 여름이 한창 가까워지게 되는데, 이때가 지나면 나물들이 점차 뻣뻣해져 먹기 어렵기 때문에 곡우가 지나기 전에 봄나물들을 많이 먹어 두었습니다. 또한 곡우는 나무에 물이 만이 오르는 시기로 자작나무 수액이나 박달나무 수액인 ‘곡우물’을 찾아 먹기도 했어요. 곡우물은 거자수라고도 불리는데, 위장병이나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집니다.


곡우와 관련된 여러 가지 풍습들

이 외에도 곡우에는 크고 작은 풍습들이 전해져 내려오는데요. 곡우에 물을 맞으면 여름철에 더위를 타지 않고 신경통이 낫는다고 하여 물을 맞기도 했고요. 경북 지역에서는 부정한 것을 보지 않기 위해 대문에 들어가기 전 불을 놓아 잡귀를 몰아낸 다음 집에 들어가는 풍습도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일 년 농사의 핵심인 볍씨 담그기는 무척 신성한 것으로 여겨져, 볍씨를 틔우는 동안은 초상집에 가는 일이 금기시되었어요. 만약 부정한 일을 당하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불을 놓아 그 위를 건너게 하여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서야 집 안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집 안에 들어와서도 볍씨를 보지 못하게 하는 등 철저히 신경 썼다고 해요. 선조들이 농사의 시작을 앞두고 볍씨 담그기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봄비가 내리는 여섯 번째 절기 곡우! 한 해 농사의 시작점인 2021년 곡우에도 곡식의 싹을 틔우는 촉촉한 봄비가 내려 올 한 해 풍년이 깃들기를 바라봅니다.

출처 오산시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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